일주일 기록 모음 : 일기

성인 ADHD가 평온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

보스락 2025. 8. 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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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온하려고 다짐했던 계기

 

취미 부자로 살게 된 지 1년이 되가는 것 같다. 어느순간 체스를 시작하고, 오일파스텔이나 물감으로 그림그리기, 책 읽기, 식물 키우기 등 각종 취미를 만들어댔다. 클래스 101을 접한 후부터 나의 관심사는 무한정으로 늘어났고 오히려 강의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물건을 먼저 사는 낭비를 막을 수 있었다.

 

 

 

지금은 식물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계속해서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니 지나치게 좋아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오히려 아플 때는 물도 안주고 햇빛도 덜 주면 적당한 온도로 인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점점 물을 주는 주기를 몸에 익히게 되고 잘 살아가는 식물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생명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나의 급발진은 줄여야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2. 평정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봄에서 여름으로 지나갈때 노란색 예쁜 꽃을 샀었는데 은은한 향기가 좋았다. 다이소에 갔다가 삘을 받아서 꽃을 구경하러 갔고 거기서 저렴한 가격에 한 번 더 반한 나는 무턱대고 사버렸다. 과한 지출을 해서 굶어야 하는 상황도 왔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 첫번째, 불필요한 지출을 하고 후회도 하지 않는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후회를 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는다. 아쉽긴 해도 충분히 그 상황이 즐거웠고, 재밌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돈을 지불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경제력을 갖추려고 하는 노력이 너무 힘들다. 급하게 재미를 느낄 만한 것이 올라오면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옆에 누군가 있다면 잡아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아쉬워하는 게 일상이다. 그런데 내가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급한 마음에 무언가를 하고나면 불만족스럽고 허무하기 때문이다. 

 

 

 

 

옆에서 급하게 행동하면 무얼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어떤 상황인지 인지하고 무얼 해야할 지 모르겠다. 이번에 지인이 베풀어준 선의로 나는 순간 내 의지와 판단할 틈도 없이 병원에 갔다.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는데 당황스러운 빠른 전개에 확인하고 싶지 않았단 것 같다. 그 순간은 덜 놀라고 싶어서 에너지를 과하게 쓰는 느낌이었다. 시간을 내어 나를 데려다준 게 무색하게도 택시를 잡고 다시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지금 생각해보면 택시가 아니라 버스를 타도 되었다는 것이다. 뇌정지가 오면서 혼자 길가에 내려졌을 때도 조급해졌고 판단력이 흐려졌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판단에 의한 결과에 좌절하고 싶지 않다. 이것이 내가 평온하려고 하는 두번째 이유인것 같다. 바보, 멍청이가 된 것 같고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우울증도 같이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쉽게 떨어지고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3. 사회적 현실에 따른 자제력의 필요성

 

 

성인 ADHD가 왜 우울증이 동반되는 지 알고 있다. 해내지 못하는 행동을 계속해서 보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떨어진 자신감으로 시도하는 상황이 적어지면서 무기력해진다. 움직임이 적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우울증이 오는 것이다. 이건 ADHD가 아니어도 자존감이 작은 사람에게도 중요한 사실인 것 같다.

 

 

 

의도적으로 평온함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스스로가 아닌 사회생활, 일상생활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았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순간은 바쁠 때, 급할 때 인 것 같다. ADHD라는 이유로 내가 바라는 것보다 그리고 내 능력보다 저평가 되는 것 같고 항상 그래왔다. 그렇지만 무조건 나빴던 것은 아니다. 내가 잘하고자 하는 것에는 의외로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내가 원하는 일에는 불가능한 면이 있다는 것. 이게 큰 문제로 다가온다.  

 

 

 

과거에 나는 내가 해낼수 있는, 그러니까 누가봐도 마감을 할 수 있어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는 나 혼자 마감을 하지 못했다. 미련하고 바보 같은 나의 모습에 눈물이 가득했다. 분명 할 수 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 보기에도 억울할 정도로 판단력이 흐렸고 그 덕분에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나는 이 날 뼈저리게 느꼈다. 아, 나는 더이상 ADHD로 변명을 해서는 안되겠다. 어차피 봐주지도 않은 세상. 기대는 하지 말자. 장애로 이해받는 것도 외국이지, 한국이 아니다. 이 점을 명심하게 되었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이게 ADHD의 이름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내가 평온해야 하는 이유는 사실이 변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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