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관련

정신과를 다니는 나의 인생

보스락 2024. 9. 5.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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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

 

안녕하세요. 저는 우울증과 성인adhd를 앓고 있는 20대 청년입니다. 현재 아직도 학교를 다니고 있고 교수님들도 저의 상태를 대부분 알고 계시는 상황입니다. 물론 부모님도 알고 계시고 몇몇 친구들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제 문제를 알게 된 건 고등학교 때이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은데 혼자서 하려니까 너무 힘들어서 매번 울면서 외우기 바빴습니다. 이해를 하기에는 남들보다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어야 했기 때문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촉박한 시간속에서 외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머리를 때려보기도 했고 허벅지나 손등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제 뺨을 때리기도 했고 별의 별짓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잠을 조금 자더라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늦게 시작했고 당연히 어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처음으로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고 저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다른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 자신감으로 저의 성적은 다시 바닥으로 부딪혔고 그렇게 열심히 했음에도 이렇게 쉽게 떨어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무했고 허망했습니다. 

 

대학교를 가서는 문제없이 열심히 살 수 있었습니다. 불운의 20학번이 바로 저였습니다. 코로나 19로 전면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으나, 집중이 어렵고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그리고 쉽게 받는 저에게는 오히려 득이 되었습니다. 하루종일 과제를 잡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시간을 많이 쓰는데 못한다고 손가락질을 당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저 저의 세상이었습니다. 성적이 좋았고 그렇게 비대면 기간이 끝나면서 직접 사람들과 만나며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니까 열심히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밤을 새는 건 당연했고 잠도 줄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것도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갑자기 잠이 많아졌습니다. 의욕도 사라지고 밤을 세면서 배가 고프면 야식을 먹고 먹지 않으면 먹는데로 배가 아파왔습니다. 몸에 무리가 간 것들이 나타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저 넓은 세상에 동 떨어져있고 낮에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지만 조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아니, 살려고 했습니다. 제 노력으로는 되지 않았습니다. 점점 지각을 했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혼자 자취를 하게 되었는데 방은 정리되지 않은 가축의 집처럼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한 번은 저녁시간에 깨어났는데 그게 그렇게 무서웠습니다. 숨이 턱 막혀왔고 이러다가 큰일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래서 병원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던 것입니다. 

 

 

2. 현재

 

지금은 병원을 다니면서 저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제 몸이지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2~3년이라는 시간동안 열심히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멈춰있는 시간도 있었지만 그것조차 저에게는 크나큰 과제였고 저를 시험하는 것이라 말입니다. 괜찮아지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휴학을 하면서 병원을 가까운 곳으로 옮기게 되었고 도중에 약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후회되는 것중에 하나가 병원을 바꾼 것 입니다. 제가 문제되는 상황에 놓여있지 않고 환경자체가 평화로운 상황에서 간 병원은 저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시 복학을 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가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더 열심히 저를 살펴보기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부엌까지 걸어가는 것조차 힘들어서 1미터를 겨우 넘는 거리를 30분 넘게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모든 걸 기록하려고 노력하고 시도했습니다. 제가 잘한 것중에 하나는 이것입니다. 다이어리를 작성한 것. 빈 공간으로 비워두더라도 가끔 채워지는 하루를 보기 위해 다이어리를 꾸준히 구매해왔습니다. 남들처럼 '다꾸'까지는 아니지만 계속 3년이라는 시간동안 계속했습니다. 이것덕분에 제 숙면시간도 확인할 수 있었고 제가 소모하는 시간에 얼마나 집중을 하는 지 못하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날이 생기니까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도 생겨났습니다. 바램이 생긴건 어둡기만 하던 제 하루, 하루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3. 미래

 

기록도 꾸준히 하고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게 이어진다면 저는 더 만족스러운 하루를 살고 있을까요? 제가 기록을 하면서 알 수 있었던 변화하는 방법, 좋았던 효과를 정리해서 글도 작성하여 전자책도 썼습니다. 정말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도 찾고 싫어하는 것도 찾고, 할 수 있는 것, 잘하는 것도 찾은 미래를 만날 수 있도록 기대합니다. 제가 지나온 과거와 지나고 있는 현재들이 언젠가는 추억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그저 학교를 원만히 잘 졸업하고 남들처럼, 일을 할 수 있기를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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