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담 전 상태
마냥 내가 우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찌질하고 자격지심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학교는 제대로 나가지 않고 교수님들을 뵈면 애써 웃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인사하고 나면 고개를 돌리자마자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제 기분은 항상 울적한 느낌이었고 사람을 만나는게 좋으면서도 힘들었습니다. 밥은 하루에 한 번 먹으면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저의 일상은 일찍 잠들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서 불을 끄고 난 후 한참이 지나서야 힘들어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보다는 아침약이 제일 먼저 들어갔고 이마트에서 구매한 누룽지가 늘 저의 점심이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라면이었죠. 만약 점심을 푸짐하게 먹었다면 저녁은 가볍게 먹었습니다. 배부른 느낌을 싫어해서, 귀찮아서, 밥 먹는게 힘들어서 두 끼중에 한 끼는 무조건 가볍게 먹었습니다. 그게 유일하게 제가 할 수 있던 선택과 결과였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는 즐겁지 않고 항상 숙제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살기 위해 먹는 것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그럴 힘도 없었습니다. 집에서 밖을 나가는 이유는 쓰레기가 엄청나게 쌓였을 때나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를 보는게 언제였는지 까먹을 정도이고, 그게 소원이 된 지경입니다. 바램을 이야기하면 눈물이 나고 제일 원하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정도로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 갈망이 있었습니다. 검사지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울척도가 높았고 불안도도 꽤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외에는 무기력한 몸이었고 피로가 쌓이고 쌓여서 더이상 움직일 힘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힘이 하나도 없는 그런 몸상태로 뭘 하려고 했으니 안되는 게 당연했습니다.상담을 통해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되고 제가 제 일과를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저를 보는 것과는 딴 판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흘려지나가듯 저를 알고 있는 것과 제가 저의 상태를 입밖으로 꺼내고 다시 생각해보면서 돌아보는 것은 달랐습니다. 다이어리를 조금씩 쓰면서 제 시간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생각에 불과했습니다. 그냥 보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변화는 없었습니다. 무의미한 행동이던것 같습니다. 아닌가? 애써 해왔던 루틴덕분에 상담을 통해서 이야기 한 걸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상담을 하면서 바뀐 것들은 다음 게시글에서 다뤄보겠습니다.)
학교를 걸어가는 것도 힘들고 지칠 일이었습니다. 매번 없는 돈으로 택시를 타거나 지쿠터를 탔습니다. 돈이 없으면 꾸역꾸역 버티다가 걸어갔는데 그렇게 도착하고 나면 예상한 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했습니다. 도착해보면 수업이 끝나있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학교를 가도 내가 없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외로웠습니다. 학교를 가는게 즐겁지 않고 오히려 싫었습니다. 해야하는 것들을 억지로 하기 시작하면 어느순간에는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악효과였습니다.
예전에 하던 운동도 하지 못하고, 마음으로조차 도전할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 점점 우울감은 심해졌고 희망도 보이지 않는 듯 했습니다. 주말에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갑자기 무서워지고 세상이 깜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한 순간에 되었습니다. 어딜 가든 사람들과 있거나 외출을 하고 나면 힘이 쫙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나가지 않고 집에 손님이 왔다가도 똑같았습니다. 샤워도 못했고 나갔다 온 날은 집이 제일 더러운 날이었습니다. 옷을 벗는 것은 가장 빨랐으니까. 옷은 갈아입어도 정리를 바로 못해서 널부러진 옷들이 일주일은 갔고 매번 옷의 냄새를 확인하고 입어야 하는 지경이었습니다. 나가기전에도 준비하고 갑자기 눈에 띄는 쓰레기들을 치우느라 더러워진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나갔다와서도 불가능하기때문에 제일 지저분해지는 집이 됩니다.
생각을 정리해보았는데 상담 전의 제 상태가 잘 전달되었는 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게시글은 상담 후 제가 느끼고 알게된 변화들입니다. 추가적으로 상담전 상태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오늘 하루도 고생했습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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